[그 남자의 Place]‘전통’을 가미한 ‘정통의 맛’

- 중식당 ‘공을기객잔’

깐쇼 따민샤

오늘은 흥미로운 관찰의 결과를 말씀드리려고 한다. 대부분 한식집은 그 규모와 내용에 상관없이 ‘전통’ 한식집을 표방하는 데 반해 대부분 중식당은 스스로 ‘정통’이라 칭한다. 전통과 정통, 사전은 전자를 ‘세대에 걸쳐 면면히 내려오는 관습과 문화’라 규정하고 후자를 ‘어떤 사물에 대하여 깊고 자세히 통하여 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언젠가 어느 음식점 주인이 사용했을 이 두 개의 단어가 한식과 중식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사실은 사뭇 놀랍다. 사전적 의미만 정답은 아니지만 정통 한식보다 전통 한식이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적절하다. 대표적인 외국 음식인 중식을 전통 중식이라 하지 않고 ‘정통’이라고 수식한다는 점도 기가 막힌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은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생활문화 중 하나다. 특히 먹는 것에 민감한 민족일수록 식문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일반적으로 전래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받아들인 식문화의 경우, 그것이 어떻게 한국적 상황에 동화되었느냐가 맛과 질, 나아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맛’이라고 할 때, 대부분 수입 문화는 얼마나 독창성을 가지고 있느냐로 그 문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반해 식문화는 얼마나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화했는지가 관건이다. 한식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 음식의 경우 그것이 얼마나 한국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은 자명하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정통 중식당 ‘공을기객잔’은 외국 음식인 중식이 완벽하게 변천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라 할 만하다. 중국 각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메뉴를 정하고 스태프 하나하나가 중국식 복장을 하고 중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 왠지 ‘전통’적 측면을 강조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각색 음식은 철저하게 현지화해 전혀 거부감이 없다. 이는 ‘공을기객잔’이 전통을 정통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중국 현지보다 더 완벽한 중식당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까칠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이러한 까칠함은 다른 모든 수입 음식점(?)에도 동일하다). 때문에 중식당의 입장에서는 전통을 정통화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목표가 되고 이를 성공시켰을 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레스토랑이 되는 것이다.

눈길 끄는 외관부터 철저하게 중국풍인 인테리어. 대륙 각 지역 음식에 대한 해박함과 그중 몇 개를 골라내는 탁월한 메뉴 구성 그리고 한국 사람 입맛에 부담 없는 조리는 한두 가지 요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을기객잔’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번에 찾아갔을 때 맛보았던 음식은 두 가지다. 그중 깐쇼 따민샤는 살짝 삭힌 밥알과 칠리소스를 (초)대하와 함께 내어놓는데 일단 그 엄청난 새우의 크기도 만족스럽거니와 삭힌 밥알과 칠리소스라는 조합이 주는 맛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점을 귀띔해 드린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국화차와 잘 어우러진 중식당 특유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고 <소오강호>나 <천녀유혼> 같은 영화 속 중국 객잔의 모습이 그대로 연출되는 분위기는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뽀오나스!.

공을기객잔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7-14 정안빌딩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544-2025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맛집과 가고 싶은 곳을 멋대로 소개한다. 정말 괜찮은 Place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주)피당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