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추적]‘MB의 숨은 실세’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

박연차 회장의 현정부 연결 창구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대규모 정·관계 로비 의혹이라는 핵폭풍 속에 ‘MB의 숨은 실세’로 불려온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역할에 다시 한 번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이미 ‘추적/박연차와 천신일의 ‘수상한 관계’에서 “‘노무현의 남자’로 알려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휴켐스 헐값 인수와 관련해 국세청이 광범위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무렵, 박 회장 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대학 동기이며 ‘이명박의 남자’로 통하는 천신일 고려대 교우회장을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바 있다. 당시 ‘구명 로비’ 시도의 구체적인 정황이 최근 ‘박연차 대책회의’로 드러났다. 천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윈앤윈 대표변호사 등과 ‘박연차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천 회장,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모처에 모여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경우 정·관계 로비 의혹이 터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중나모여행의 관계자는 “증거도 없는 악의적인 보도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 직원들 사이에 큰 동요는 없지만 무책임한 보도로 회장이 많이 충격을 받았고 직원들도 회사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동창이자 ‘보이지 않는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천 회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는 사석에서 ‘의형제’로 통할 만큼 절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부산과 밀양이 고향인 천 회장과 박 회장은 젊었을 때부터 동향 선후배 사이로 30여 년의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사석에서 박연차 회장과 ‘의형제’로 통해
천 회장과 박 회장의 친분은 굳이 추측하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천 회장이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레슬링협회에서 지난 1월까지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또 박 회장이 2006년 농협에서 휴켐스를 인수하자 기존의 사외이사를 중도퇴임시키고 천 회장을 선임했다. 천 회장은 최근까지 휴켐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지난 3월 11일에 중도사퇴했다. 부산지역 재계의 한 인사는 “부산지역의 중견신발제조업체인 박 회장이 정·재계 거물로 크기까지는 천 회장의 ‘멘토’ 역할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로비력의 창구는 어디였을까. 박 회장은 노건평씨를 통해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와 교감을 갖고,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통해 경남지역 정치인과 접촉했으며, 천신일 회장을 통해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만나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휴켐스를 인수할 때는 노건평씨를 이용하고 인수 후에는 천신일 회장을 사외이사로 앉혀 두 권력을 넘나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토지]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12-7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중에서도 천 회장의 영향력이 더 막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말은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천신일 회장에게 빚을 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돈’(특별당비 30억 원)과 ‘조직’(고려대교우회)을 아낌없이 밀어줬다.

천 회장은 ‘개국공신’ 중에서도 ‘일등공신’으로 불릴 만하다. 천 회장은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께 이 대통령이 낸 30억 원의 한나라당 특별당비를 빌려줘 화제를 모았다. 최근 이 돈의 출처도 박연차 회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에 대해 천 회장은 언론사 기자를 통해 “박연차 회장에게 10원 한 푼 받은 적 없다. 그 정도 돈을 옮기는 것이 쉬운 줄 아느냐”고 밝혔다. 그는 또 박연차 회장의 구명대책회의와 관련해서 “얼마 전 박 회장 딸과 사위가 찾아와 도와달라고 얘기하기에 내게 그런 힘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라며 “솔직히 박 회장과 친분이 있긴 하지만 대책회의 그런 거 전혀 없었고, 내가 참석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으로 알려진 영포빌딩(대명기업), 영일빌딩(대명통상), 대명주빌딩은 모두 합쳐 건평만 2854평이며, 모두 서초역과 양재역의 금싸라기 땅에 세워져 있어 각각 142억여 원, 85억 원, 101억 원 등 총 320억 원에 달한다. 굳이 돈을 빌리지 않더라도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 천 회장에게 30억 원의 특별당비를 빌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담보 대출에 시간이 걸리고 해서 천 회장이 자신의 30억 원 예금을 담보로 천 회장 이름으로 같은 액수의 예금 담보대출을 받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빌려줬다”라며 “이후 몇 개월 뒤 이 대통령이 제2금융권에서 서초구 영포빌딩을 담보로 30억 원을 대출받아 천 회장에게 갚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특별당비 30억 빌려줘
2008년 4월 24일자에 공직자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2008년 2월 25일 현재 이 대통령의 재산 신고 내역 중에는 서초동 영포빌딩(강남구 서초3동 1709-4)의 가액이 142억7275만 원으로 되어 있으며, 이 대통령의 금융기관채무로 하나은행 5억 원, 우리은행 1억5677만 원, ‘HK상호저축은행’ 30억 원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청와대는 이 30억 원이 영포빌딩을 담보로 대선 때 특별당비를 내기 위해 빌린 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Weekly경향’이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천 회장은 또한 2007년 11월 30일자로 영일빌딩(서초구 양재동 12-7에 위치하며 노래방 도우미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빌딩)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했고 채권최고액은 39억 원이다. 이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은 대선이 끝난 2008년 4월 29일 해지됐다. 영일빌딩의 근저당의 해지 날짜는 또 다른 이명박 대통령 소유의 상가건물인 일명 대명주빌딩(강남구 서초3동 1717-1)을 담보로 맡기고 우리은행에서 36억 원을 대출받은 날과 일치해 대명주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아 영포빌딩의 제2금융권 은행대출금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천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긴급히 30억 원을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할 정도였으면 돈에 관해서 아주 철저한 사람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천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부분은 ‘돈’만이 아니다. 천 회장이 교우회장으로 있는 ‘고려대교우회’는 결정적인 순간에 저력을 발휘한, 이 대통령 만들기의 숨은 주역이다.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고려대교우회는 천 회장이 2007년 4월 교우회장에 취임하면서 풀가동에 들어갔고 경선 과정과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신승을 거두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당시 고려대교우회 산하 ‘K-포럼’이 전국 각 지회의 가동망을 돌려 유권자를 움직였다.

천 회장은 또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왔기 때문에 PK-고려대 출신 인사들과 가깝다. 또 포항에서도 사업을 해 그쪽 인사들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맺은 친분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천 회장은 2007년 대선 직후 성탄절에 이 대통령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상득 의원 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