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포트]아방궁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 진시황이 지었다는 전설 속의 궁전 아방궁. 진시황은 함양궁을 비롯하여, 그가 멸망시킨 육국(六國)의 궁전을 본뜬 육국궁 등 많은 궁전을 지어 미인들과 즐겼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함양에 더 큰 궁전을 지으려고 했다. 이곳이 바로 아방궁이었다.

중국 산시성 시안 부근에 있는 아방궁 유적 재현 건축물.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아방궁이 동서 700ｍ, 남북 120ｍ에 이르는 2층 건물로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죄수 70만 명을 동원해 궁전을 지었으나 시황제 생전에 다 짓지 못하고 2세 황제가 나머지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BC 207년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아방궁을 불질렀고, 3개월 동안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작품 ‘아방궁부’에서 ‘두 강물 줄기가 유유히 궁 담 안으로 흘러들었다. 다섯 걸음마다 누각이요 열 걸음마다 고각이 있다’라며 아방궁의 위풍당당함을 읊었다. 아방궁은 오늘날에는 웅장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오늘날 산시성 시안 서쪽 아방촌에는 당시를 재현한 건물을 세워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고고학 전문가들이 5년 동안 발굴 조사한 끝에 ‘아방궁은 실제로 없다’는 결론을 내려 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발굴 조사단을 진두지휘한 중국 사회과학원 리위팡 연구원은 최근 남부 후난성 룽산현에서 열린 진나라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고고학 전문가들이 지난 5년 동안 탐사한 결과 전설 속의 아방궁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와 산시성 시안시 문물보호 고고연구소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고고 작업을 통해 아방궁의 역사적 미스터리를 풀어보자는 것이다.

조사단은 북쪽으로는 위수, 남쪽으로는 곤명지, 동쪽으로는 조하, 서쪽으로는 폐수까지 총 135㎢에 걸쳐 발굴 작업을 벌였다. 이중 14곳의 주요한 유적을 발견했으나 봉화대, 상천대, 자석문 유적 등으로 이들 유적은 진나라와 한나라의 상림원 건축물이며, 아방궁과는 관련이 없었다.

조사단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전설로 아방궁이라는 심증을 주고 있는 아방궁 전전(前殿) 유적지였다. 조사 결과 이곳의 유적 기단은 동서 1270ｍ, 남북 426ｍ, 높이 12ｍ로 확인했다. 동, 서, 북 3면은 담을 쌓기 위해 땅을 다진 흔적이 있으나 그 담 안에 실제로 궁을 세운 흔적이나 불에 탄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진나라 퇴적층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남쪽에는 아예 담조차 없었다.

조사단의 전문가들은 전설의 아방궁 유적은 고대 문헌에는 많이 나와 있었으나 실제로는 완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전의 경우 기단만 지었을 뿐 다른 공사는 전혀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위팡 연구원은 “이는 아방궁의 역사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아방궁은 지어지지 않았고, 항우가 불을 질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아방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방궁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아방궁이 없었다거나 건설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방궁의 미스터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