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9·18조치

대통령 당적 이탈 초유의 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2년 9월 18일 민자당 탈당을 선언하고 당사를 떠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1992년 9월18일 정치권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큰 충격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도 9·18조치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단안’ ‘결단’으로 표현했고, ‘제2의 6·29선언’으로 치장하기까지 했다.

9·18조치가 청와대의 발표대로 선거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였든 언론의 분석처럼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든 정권재창출을 위한 ‘위장 이혼’의 술수였든 정당정치의 근간을 허물고 책임정치를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문제 제기는 그다지 힘을 받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 김대중 대표조차도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의 임기말 당적 이탈은 한국 정당사에 참으로 고약한 선례가 돼버렸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997년 11월 7일 김영삼 대통령도 자신이 창당한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2002년 5월 6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2일 노무현 대통령도 ‘100년 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당적 정리 의사를 공식화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의 재임 중 당적 이탈은 가뜩이나 불신받는 한국 정치의 우울한 초상 중에 하나일 것이다. 당을 부수고 만들고 떠나는 데 쏟는 정력을 국가 발전과 민생 안정에 기울인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떳떳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대통령과 여당을 보고 싶다.

그때 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