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기반시설 보수시기 직면… 전력난으로 정상운행 지장도
역에 정차해 있는 북한의 가관차.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속도와 같습니다.’
북한의 철도 사정을 말하는 한 전문가의 비유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의 기록이 2시간 10분대라면 북한의 기차가 시속 20㎞대라는 것이다. 가장 빠른 구간인 평양∼신의주 구간도 최고 시속이 50㎞대에 불과하다. 224㎞거리인 이 구간에 국제선 열차가 운행하는 데 5시간 걸린다. 일반열차는 11시간이 소요돼 시속 20㎞대다.
북한은 전 노선의 98%가 복선이 아닌 단선이다. 때문에 효율적인 운행이 되지 않고 있다. 전체 철도 구조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제시대 철도 노선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X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박사는 “X자 형태이기 때문에 횡적으로 연결하는 노선이 없다”며 “한 곳의 기능이 마비되면 전체 철도 기능이 마비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철도기반시설이 낡았다는 것. 전 구간의 80% 정도가 전철화했지만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정상 운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 또한 오래된 전기 기관차의 성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기 기관차의 성능도 문제점
경제난으로 철도 시설을 전혀 유지·보수하지 못하고 있다. 나무 침목의 부식이 심각한데다 레일의 마모 상태도 심하다. 안 박사는 “대부분의 노선이 전면 보수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제시대 이후 노선이 개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한의 옛날 장항선처럼 산악지형에서는 곡선 구간도 아주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철도의 ‘진짜 속사정’은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을 이탈한 새터민을 통해 철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구체적인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에서 중국 단동역에서 신의주역 간 연결 구간을 살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나마 중국인 기관사가 알고 있는 범위는 신의주역까지뿐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에 가서 철도 사정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되면서 제한적이지만 이쪽 구간에 대한 정보는 하나둘씩 알려지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시험운행 구간을 다녀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나희승 박사는 “경의선 쪽과 동해선 쪽이 다르다”고 말했다. 경의선 쪽은 콘크리트 침목을 사용해 비교적 현대화가 된 편이라는 것이다. 동해선 쪽은 나무 침목으로 훼손된 구간이 많다고 한다. 침목이 유실된 데다 궤도도 훼손됐으며 자갈도 부족했다는 것이 나 박사의 설명이다. 나 박사는 “이런 정도의 기반 시설로는 시속 20㎞도 나오지 않아 남북 물류 교역에서 경제성을 갖출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철도의 사정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 보고서다. 2001년 8월 4일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러시아와 철도협력협정을 체결한 후 이해 9월부터 북한철도에 대한 공동조사 사업을 실시했다. 경원선 구간에서 세 차례, 동해선 구간에서 한 차례 실시했다. 이 보고서는 전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를 통해 일부 영문요약서가 흘러나왔다. 보고서에는 북한 내 철도망을 표준궤로 할 경우 24억 9000만 달러가 든다고 나타나 있다. 한화로 2조4000여억 원에 이른다. 광궤나 복합궤도로 할 경우에는 비용이 3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 러시아 철도부 철도종합설계연구소에서 조사한 이 자료에는 기초공사·상부구조·토목시설·통신·건물설비·항만시설·대차교환시설·전력공급시설·급전설비·차량현대화 등으로 비용 항목이 들어가 있다.
개성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한 간이역에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교량구조물 설계 기록도 없어
철도기술연구원 미래기술실용화센터 오지택 팀장은 “러시아의 조사 결과로 보았을 때 목침이 부식돼 있고 교량구조물에 대한 안전 추정이 되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량구조물이 어떤 기준으로 설계가 됐는지 기록이 없다는 것이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이런 상태로는 화물을 싣고 시속 40∼50㎞의 속도로 달릴 수 없다”면서 “차라리 새롭게 철도 시설을 갖추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구상하는 북한철도의 현대화는 교량을 새로 건설하고, 터널을 뚫어 직선 구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블루오션, 철의 실크로드’라는 자료집을 펴낸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북한 철도 현대화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을 한국이 혼자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러 3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일본이나 미국, EU 등이 협력국이 되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지택 팀장은 “돈만 많으면 모든 것이 풀릴 수 있지만 제한된 예산, 제한된 기간, 국민적 공감대 등의 조건 속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면 개량이 필요하지만 가능한 노선부터 점차적으로 개량해 가는 방안이다. 시험운행이 당초 계획됐던 경의선, 동해선이 가장 우선적인 노선이 된다. 시험운행 구간에서 점차 연장해 대륙으로 통하는 중국노선, 러시아 노선과의 연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나희승 박사는 “일단 경의선과 동해선을 개통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철의 실크로드로 나아가는 첫단계인 남북한 철도 연결은 남북간 정치 상황이나 북한의 낙후된 철도 사정으로 머나먼 행로를 예고하고 있다. 오지택 팀장은 “남북철도 연결은 마치 유행을 타듯이 할 일이 아니다. 통일 뒤 이뤄야 할 장기적 과제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