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강스파이크! ‘거포의 추억’

강만수-강두태-이상렬-하종화-신진식-이경수로 이어지는 레프트 계보도

현역 거포 4대 천왕. 왼쪽부터 후인정, 김세진, 이경수, 신진식.

겨울철 실내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농구와 배구는 서로 다른 재미로 팬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있다. 농구가 빠른 패스워크와 정확한 중거리슛 등의 아기자기한 묘미로 팬들을 흡인한다며, 배구는 힘이 넘치는 스파이크로 보는 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통쾌함이 있다. 물론 농구도 호쾌한 덩크슛에 열광하고, 배구에도 잘 짜인 이동공격과 A퀵 등 섬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농구와 배구의 매력은 기교와 힘으로 구별할 수 있다.

보는 이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리게 해주는 스파이크 중에 백미는 역시 배구공이 터져라 온힘을 다해 내리치는 남자들의 오픈공격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TV중계가 보편화한 이후 남자들의 스파이커 계보를 살펴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강만수다. 1970년 초반부터 1980년 중반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당시 아시아권 수준은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묵직한 강타를 내리 꽂은 후 네트 앞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 진영을 한동안 응시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는 특히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아 일본에서 경기가 벌어지면, 여성 팬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체육관 밖과 호텔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풍경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일본 여성 배구팬들에게는 ‘원조 한류’ 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았다.

1970년 말 남자대표팀 황금기

1970년 중반부터 1980년 중반까지 레프트 공격수로 코트를 호령하던 또 한 명으로 강두태 선수가 있다. 강만수의 부산 성지고·한양대 후배인 그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파이팅이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강만수와 동시대에 활약하면서 국제대회에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은퇴 후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선 두 거포가 레프트를 대표했다면 라이트에는 돌고래 스파이커 장윤창이 있었다. 배구대제전 초창기에 고려증권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는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터뜨리는 타점 높은 강타가 전매특허였다. 누구보다도 성실한 선수생활과 체력관리를 잘해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또한 그는 국내 선수 최초로 스파이크 서브를 시도한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강만수·강두태·장윤창 세 명의 거포와 ‘컴퓨터 세터’ 김호철이 황금멤버를 구성한 1970년대 말 남자 국가대표팀의 국제성적은 괄목할 만했다. 197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 4강 진출과 그 해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 우승 등 한국팀의 전성기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난 한국팀의 레프트 주공격수로 노진수와 박희상을 꼽을 수 있다. 두 선수는 ‘센스’가 뛰어나고 수비력도 좋아 공수를 겸비한 ‘배구 도사’들이었다.

1990년대 들어 농구장에 ‘오빠 부대’가 있었다면, 배구장에도 역시 ‘오빠 부대’들이 등장했다. 이들 ‘오빠부대’들을 배구장에 불러들인 스타는 이상렬과 최천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배구판의 삼손’인 거포 이상렬은 강만수의 후계자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긴 머리를 치렁거리며 큰 신장에서 내리 뿜는 고공강타는 일품이었고 후위에서 솟구쳐 터뜨리는 백어택은 상대 브로커들을 무력화시켰다.

이상렬이 폭발적인 강타가 무기였다면, 상대코트 구석구석에 찌르는 송곳강타로 명성을 떨친 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종화다. 한양대학교 시절 실업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대학팀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구대제전 우승을 일궈냈던 그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할 줄 아는 공격수였다.

당시 한양대학교와 대학배구 쌍벽을 이루던 성균관대학교에서 노진수에 이어 마낙길과 임도헌이라는 거포들을 잇달아 배출시켰다. 높은 점프력으로 작은 신장의 핸디캡을 극복했던 ‘야생마’ 마낙길과, 힘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임꺽정’ 임도헌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구코트의 풍운아들이었다.

성균관대학교의 레프트 거포계보가 노진수-마낙길-임도헌-신진식으로 이어진다면. 한양대학교는 양진웅-하종화-이인구-이경수로 이어진다. 양진웅과 이인구는 크게 스포츠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체중을 실어 때리는 강타가 일품이었다.

김세진은 장윤창 이후 ‘최고의 왼손’

그리고 지금의 배구코트를 호령하는 현역들 중에는 김세진·후인정·신진식·이경수 4인방이 버티고 있다. 장윤창 이후 최고의 왼손거포로 꼽히는 ‘월드스타’ 김세진은 2m의 장신에서 내리 꽂는 강타가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보유하고 있다. ‘갈색 폭격기’ 신진식은 빠르고 큰 스윙으로 매서움을 자랑한다. 188㎝ 단신이지만 빠른 스피드로 스파이크의 파괴력을 높였고 수비에서도 일가견이 있다. 두 선수는 ‘우진식 좌세진’으로 불리며 삼성화재를 국내 성인배구의 무적함대로 만들었다.

오른손으로 드물게 라이트공격수인 후인정은 유연함을 바탕으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역 국내 최고의 거포로 평가받는 이경수는 ‘뜨는 해’다. 체격 면에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나이를 감안하면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스포츠토토

한편 배구토토 세트스코어게임 첫 회차에서 무려 4만3290배의 초고배당이 나와 참여인원이 늘어나는 등 토토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김성수 기자 jij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