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최초 근대식 극장 원각사 정확한 위치 기록 찾았다

알려진 신문로 새문안교회 안이 아니라 골목 안쪽 주차장 자리로 확인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가 있던 자리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56번지로, 금호아트홀과 새문안교회 사이의 골목길 안쪽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현재 건물 사이의 주차장과 화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원각사 터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의 새문안교회 안이라고 잘못 알려져 왔다. 학계에서는 새문안교회, 구세군 건물 뒤, 흥화문 앞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어서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선총독부 관보 광고서 단서 발견
이런 가운데 원각사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록이 발굴됐다. 조선총독부 관보 1913년 5월 14일자에 수록된 ‘제1회 불필요 관유재산 입찰 불하’ 관련 광고가 소중한 단서다. 광고에는 입찰 불하 대상 중에‘옛 원각사 터’가 등장한다. ‘京城府西部廉井洞元圓覺社(경성부 서부 염정동 원원각사): 調書 제61호’라고 표시돼 있다.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면적이 눈에 띈다. ‘택지면적(宅地面積) 377평(坪) 9합(合) 6작(勺)’으로 되어 있다.

신문로 1가의 금호아트홀(왼쪽)과 새문안교회(오른쪽) 사이의 작은 골목길 위쪽이 원각사가 있던 신문로 1가 56번지다. 지금 이곳은 주차장과 화단으로 돼 있다. | 윤호우 선임기자

한 달 뒤인 매일신보 1913년 6월 18일자에는 ‘관유재산 불하성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서대문중학교전 원 원각사 부지(西大門中學校前元圓覺社敷地)가 입찰에서 부조(不調)되었다는 소식이 수록되어 있다. 유찰이 되었다는 기록으로 보인다. 원각사는 전년도인 1912년 10월에 건축물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완전 폐쇄되는 조치가 내려졌다.

두 기록을 근거로 새문안교회 주변에서 당시 지적목록, 지도, 토지대장 등을 통해 비슷한 면적의 토지를 확인했다. <경성부관내지적목록>(1917년도판 및 1927년도판)을 살펴보면 새문안교회 인근에 ‘서대문정 1정목(西大門町一丁目·지금의 신문로 1가) 56번지’라는 장소가 나타난다. 이곳은 지적목록에서 ‘지번 56, 지목 대(垈), 평수 379평, 소유자 국유(國有)’로 표시돼 있다.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 이순우 소장은 “신문로 1가 56번지의 부지 면적인 379평이 입찰 공고 때의 매각 면적인 377평 9합 6작과 거의 같고, 이 땅이 불하가 안 돼 그대로 국유지로 남게 된 것으로 추정할 때 이곳이 바로 원각사 터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성부 일필매지형명세도(1929년)를 통해 신문로 1가 56번지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이곳은 신문로 1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지도에서처럼 이곳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지금도 남아 있다. 금호아트홀(대우건설 본사)과 새문안교회 사이에 있는 작은 골목길이다. 이 골목길 끝에 원각사가 있던 신문로 1가 56번지가 위치한 것이다. 이곳은 현재 주차장으로, 금호아트홀의 뒷부분, 새문안교회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새문안교회와 금호아트홀 사이 골목길
옛날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신문로 1가 56번지는 대정 원년에 379평의 국유지로 등록돼 있다. 대정 원년은 1911년을 말한다. 원각사는 원래 1902년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가 1908년 원각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때 우리나라 최초의 신극인 이인직의 <은세계>가 원각사 무대에 올려졌다. 1912년 원각사가 완전 폐쇄된 것을 감안하면 이 토지대장은 원각사가 실제로 존재했던 시기의 토지 상황을 말해준다. 이 지번의 땅은 해방 이후 분할돼 지금은 379평의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다.

원각사의 당시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도 이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1911년 <한국병합기념첩>이라는 사진첩에는 ‘경성기생 연기장’이라는 사진설명이 붙어 있다. 언덕 위에 있는 원뿔 모양의 건물이 원각사이다. 이 사진이 1908년 이전 협률사 시대의 사진인지, 아니면 1908년 이후 원각사 시대의 사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 건물의 앞쪽 양쪽에 집이 있고, 언덕길을 올라 건물이 있다는 점은 신문로 1가 56번지의 특징과 동일하다. 일제시대의 경성부 일필매지형명세도의 모습에 보듯 큰길에서 골목길 안쪽으로 언덕 위에 이 지번의 땅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14년 봄에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1년에 설치된 원각사터 표석은 새문안교회 앞 신문로 1가에 설치돼 있다. 표석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극장 원각사가 있었던 곳’으로 표시돼 있다. 여기에 ‘1909년 이인직의 설중매, 은세계 등이 공연되었음’이라고 설명해놓고 있다. 이순우 소장은 “원각사터 표석이 새문안교회 앞에 세워져 많은 사람들이 원각사가 있던 자리가 새문안교회라고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각사 위치 당시 기록은?

일제시대 기록에는 원각사의 위치와 관련하여 ‘신문내’(新門內·새문안), ‘서문내’(西門內), ‘서궐전’(西闕前) 또는 ‘야주현’(夜珠峴·야주개) 내지 ‘야조현’(夜照峴·야주개)에 있었다고 나타나 있다. ‘서부 여경방 장생동’(西部餘慶坊長生洞)이라거나 ‘염정동계’(廉井洞契)라고 적어놓은 기록도 있다.

(왼쪽) 조선총독부 관보 1913년 5월 14일자에 실린 ‘불필요 관유재산 입찰 불하’ 광고. 여기에 원각사터가 실려 있고 택지면적이 377평 9합 6작으로 기록돼 있다. (오른쪽) <한국병합기념첩>(1911년)에 나타난 원각사(협률사)의 모습. 양쪽에 가옥들이 있고 언덕 위에 원뿔형의 건물이 보인다.

이들 지역은 모두 새문안교회 근처를 말한다. 문화유적분포지도(2006년)나 문화유적지표조사 종합보고서(2005년)에는 원각사 자리가 새문안교회 주변 지역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