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ㆍ특정 현안에 공감세력 쉽게 모아 새로운 ‘시민연대’로 부상

쌍용차 (해고자) 가족분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가장 기본적인 것들, 그것들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우리 작은 힘이라도 모아보자고요. 레몬트리공작단! 파이팅!”

가수 박혜경씨가 쌍용차 해직노동자 돕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제공

지난 4월 7일 가수 박혜경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다. 박씨는 무급휴직이나 해고로 고통을 겪는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을 돕고 있다. 박씨와 뜻을 함께 하는 트위터러(트위터 이용자)들은 ‘레몬트리공작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녀들을 돌보거나 평택시청 앞에서 공연을 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우리학교>의 김명준 감독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도호쿠 지역의 조선학교를 돕는 ‘몽당연필’ 모임을 만들었다. 배우 권해효씨와 가수 안치환씨가 함께 한다. 임수경씨는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인 김은숙씨의 암투병을 돕는다. 모금운동을 하고 김은숙씨를 응원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면 이에 공감하는 팔로어들이 이들의 멘션(메시지)을 리트윗(재전송)한다. 빠르게 전파돼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쉽게 결집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사회 현안과 관련돼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오는 것도 있다.

‘사적 놀이공간’이 ‘시민연대의 장’으로
배우 김여진씨와 ‘날라리외부세력’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연말 홍익대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들은 홍익대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청소노조·경비노조의 입장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트위터를 통해 농성장에 쌀과 김치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밑반찬을 들고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김씨의 트위터와 팔로어들의 리트윗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김씨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날라리외부세력’이라는 트위터 모임을 만들었다. 얼마 전 이들은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진중공업 파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여진씨는 트위터를 ‘사적인 놀이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김씨의 트위터 활동은 단순히 사적 영역에 머물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홍대 노조 및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고, 홍대 청소노조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 이끌었다. ‘사적인 놀이공간’이 ‘시민연대의 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날라리외부세력 부운영자인 이민우씨는 자신들의 활동에서 무엇보다 자율성을 강조한다. 이민우씨는 자신이 부운영자로 불리는 것을 경계했다. 이씨는 “부운영자를 하고 있지만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율적으로 좋아서 하는 활동인 만큼 이 모임은 내규를 가지고 운영하는 게 아니다.

또한 이 모임에 권력이나 중심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 때문에 활동과정에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주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몬트리공작단 김남훈씨도 “트위터는 조직화가 굳이 필요하지 않고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며 “(조직화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혜경씨의 트위터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는 이와 같은 변화가 소셜미디어 때문에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집단을 형성해서 의사를 표현했지만,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개인 스스로가 조직화할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율성에 따른 ‘사적인 연대’가 가능해진 셈이다.

트위터가 만든 시민연대의 한 축이 ‘자율성’이라면 다른 한 축은 ‘공감’이다. IT 전문가이자 우리들병원 학술이사인 정지훈 박사는 트위터를 ‘공감의 미디어’로 정의한다. 정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개개인의 생각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게 됐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사람들의 공감대를 확장하는 인프라인 것이다.

정 교수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홍대 청소노조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의 공통점을 두 가지로 짚었다. 우선 이 두 사건 모두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홍대 청소노동자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에 쉽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었다. 둘째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함께 했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대가 김여진씨나 박혜경씨 같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지지나 응원으로 증폭됐다. 정 교수는 트위터가 두 가지 요소를 쉽게 결합시켰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율적 의사 표시 ‘공감의 미디어’
시민연대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민경배 교수는 “시민운동의 저변이 다변화됐다”고 분석하며 그 예로 박혜경씨와 레몬트리공작단의 활동을 들었다. 사실 쌍용차 문제는 노동 현안이다. 대중들은 노동현안이나 노동운동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갖는 게 일반적 정서다. 그러나 민교수는 박씨와 레몬트리공작단이 이 사안을 노동환경 개선 요구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연대 방식은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다양화는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트위터와 같은 SNS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사회 참여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송경재 교수는 SNS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이 늘어난 것을 예로 든다. SNS의 등장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단순히 돈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의 글을 쓴다든지 재능기부를 한다든지 등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이 늘어났다. 정지훈 교수는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NS를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을 ‘지속적인 트렌드’라고 본 정 교수는 SNS의 발달로 사회적인 문제가 묻히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 묻혔던 일들이 다시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위터를 바탕으로 한 시민운동의 한계 또한 존재한다. 송경재 교수는 이를 ‘이합집산’으로 설명했다. ‘이합집산’은 정형화되지 않은 유연한 조직을 만든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시민들을 세력화하는 데는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송 교수는 이를 ‘강한연대’, ‘약한연대’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존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시민연대는 ‘강한연대’다. 결속력은 강한 대신 유연성은 약하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모이고 흩어지는 게 쉽다는 점에서 ‘약한연대’다. 사람들을 모으기는 쉽지만 결속력과 응집력이 약해 소속감이 떨어지고 논의의 깊이가 얕을 수 있다. 하나의 시민세력으로 성장하기에는 결집력이 약해 ‘이슈’가 사라지면 쉽게 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